필리핀 몇년 떠나 있어야지 했는데 2년만에 다시 돌아오게 되네요. (11)

사람일은 참 한치앞을 예상하기가 어려운게, 작년 말에만 해도 방콕 가서 좀 살아야지 하고는 이삿짐도 대충보내 놨습니다. 그런데 일단 먹고 사는게 더 우선이고 직원들은 계속 더 필요한 것 같으니 결국은 필리핀 밖에는 기댈 곳이 없네요. 필리핀에 미니멈 받고 일할 사람들이 넘친다고 하지만, 딱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쏙쏙 뽑아 쓰려고 하니까 그 네다섯배를 준다고 해도 한참 시간과 설득이 필요합니다. 무경력 갓 대졸 채용이고 IT쪽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목표한 신규가 다섯인데 겨우 셋은 설득했고, 나머지 둘은 계속 고민에 고민인데 어차피 졸업은 몇달 남았으니 진득하게 기다려 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기존 직원들은 그동안 워낙 쌓아온 정이 있어서 그런지, 올여름 졸업하면 정직원 하자고, 저 멀리 마닐라나 어디로 사무실 차려서 가자고 해도 좋다고들 해서 다행입니다. 다들 열여덟 꽃다운 때부터 데리고 있던 직원들이라서 가족같고, 커리어 관리 잘 해 줘서 몇년 후에는 왠만한 전문직 부럽지 않은 각자분야 전문가들로 키워주고 싶습니다. 머지안아 AI가 사무직 일자리들을 잡아먹기 전에 한단계 위로 올라가 있도록요. 필리핀 시장도 파고들려면 결국은 직원들 데리고 마닐라로 가야겠지만, 당장 그러려면 쓸곳도 많은 돈도 더 들겠죠. 귀한 직원들을 마닐라 뒷골목 베드스페이스 같은데서 지내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 기숙사로 콘도도 하나 빌려야 할거고. 계획상 당장 마닐라로 갈 필요는 없어서 임시로 1년정도 다른 곳도 생각 해 보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앙헬레스는 좀 아닌 것 같고, 사람은 젊어서 자라온 곳을 더나봐야 또 더 성장 하는 법이죠. 외국은 비자나 이민국통과가 어려워서 꺼려지지만, 또 언젠가는 한국에 데려다 한국어학당도 좀 보내주고 싶고, 바기오는 너무 심심하고, 세부 IT 파크 정도는 어떨지, 꼭 딸 여럿가진 부모처럼 이런저런 생각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