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헬레스 갈비탕 (12)

뭐 식당이름은 안쓸께요. 내가 소개받은 곳들만 들어갔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그냥 보이는 문 하나를 열고 간 잘못이라 치겠습니다. 하여튼 들어 간 김에 갈비탕을 시켜먹어봤는데 값은 400페소, 한국돈 만원이니까 거진 한국값인데, 고기가 너무 없어요. 갈비뼈에 살을 조금은 붙여줘야지, 진짜 숱불구이 하면서 고기 잘라내고 그냥 버린 부위처럼 힘줄에다 살 살짝밖에 안붙은 것들이 두개, 살 조금 더 붙은 흉내 낸게 두개인데 이건 기름덩어리들도 붙어 있데요. 분명 고급 고기도 아닌 것 같은데, 필리핀 소고기가 한국보다 비싼 것도 아닌데 좀 더 넣어 주면 했습니다. 그리고 갈비탕 국물은 적어도 한번은 좀 식혀서 기름을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필리핀 더워서 잘 안식으면, 큰 스댕국자에 얼음담아서 국물위에 얹으면 기름 싹 달라 붙어요. 한번도 기름을 안걷었는지 너무 기름도 많이 떠 있고 꾸린냄새가 나데요. 게다가 기름덩어리 붙은 뼈를 그냥 끓여대서 잘 안녹는 그냥 기름덩어리들도 새끼손톱 반에반만한게 여러개 둥둥 떠있데요. 갈비탕 국물 이렇게 나오는 건 내 또 처음 봤습니다. 국물이 그모양이면 덜 느끼하게 테이블에 후추라도 좀 주던가. 인테리어는 고급지고 좋던데 그렇게 돈을 투자했으면 사장님이 좀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손님이 없어도 주방 남자직원은 손님 테이블 쇼파에 늘어져 앉아서 더러운 맨발을 통로에다 내 놓고 쉬던데, 내가 그 발바닥을 쳐다보면서 밥을 먹어야 하는지. 또 카운터 여직원은 심심하니까 비디오콜 죽때리는 것 OK인데, 왜 하필이면 스피커폰으로 볼륨 키워놔서 그 깔깔거리는 소리가 밥먹는 손님 귀청을 떄려야 하는지 싶습니다. 사장님이 바쁘시면 CCTV 같은거라도 좀 달아서 대놓고 감시하는 척이라도 하시는 게 어떨까요. 밑반찬 너무 성의 없어요. 시장바닥 돼지국밥집도 아니고. 재료값이 아까우면 재료는 싸도 대신 손질을 좀해야 하는 야채류 밑반찬 두어개는 좀 정갈하게 깔면 좋겠습니다. 생각나는 건 김치, 채소나 고기 일체 안들어간 순수당면 잡채, 싸구려 어묵 밍숭하게 설탕조림 한것밖에 없네요. 이거는 절대 물가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