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으로 텔레그램 계정 만들어 범행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액 10억원 수준 필리핀에서 활동하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으로 알려진 A씨가 현지에서 검거된 뒤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현재 A씨를 사기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A씨는 이달 초 필리핀에서 검거된 뒤 지난 6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됐다. 그를 잡기 위해 서울청 금수대와 인터폴 등이 공조 수사를 벌였다. A씨가 이끌던 보이스피싱 조직 규모는 3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검찰과 같은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가명으로 만든 텔레그램 계정을 범행에 활용했다. 범행 대상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검찰 관계자로 소개한 뒤, 텔레그램 설치를 유도해 그곳에서 소통하며 각종 개인정보를 알아내다가 마지막에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텔레그램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암호화 설정을 켜면 발신자가 메시지를 보내는 순간 암호화가 이뤄지고 수신자가 메시지를 받고나서야 암호가 풀린다. 암호화 기능을 써서 주고받은 메시지는 수사기관과 같은 제 3자가 서버를 들여다봐도 내용 파악이 어렵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 조직들 사이에서 텔레그램이 자주 쓰이는 이유다. A씨 조직은 범행 도중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차린 경우에는 기존에 쓰던 텔레그램 계정을 곧바로 삭제한 뒤 새로 만드는 등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다고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액은 10억원 수준이다. 최근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2023년 7월까지 발생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2만550건에 피해액은 4143억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 기관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전화나 문자로 현금 전달 또는 이체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걸 국민들께서 알고 계실 필요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