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오는 골목 어귀에 약국이 하나 있다.
몇 년 사이에 주인이 세 번쯤 바뀌었는데,
이번에 간판을 건 사람은 꽤 오래 하고 있다.

 
어쩐 일인지 먼저와는 달리,

약국 안 의자에는

동네 사람들이 늘 모여 앉아 있곤 한다.

 

지나다 보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수더분한 인상의 여주인이

 


사람들과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약국 규모도 점차 늘어나는 듯하다.

 

 

 



 

 

그 약국 여주인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날, 시내에서부터 머리가 아파

집으로 오는 길에 약국에 들렀다.

 


반갑게 맞아주는 그녀에게

 


"두통약을 달라"고 했더니,

 

"좀 쉬면 괜찮아질 거"라면서

 

찬 보리차를 꺼내 한 컵 따라준다. 

 

 

 

 

그러면서 "되도록 약은 먹지 말라"고 한다.

생각지 않은 처방에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약국을 나와 집으로 오는데,

 

더위 속에서 한 줄기 소나기를 만난 듯 심신이 상쾌해졌다.

 


그 후로 자연스럽게 그녀와 허물없는 이웃이 되었다.


외출을 하거나 산책을 나갈 때면 그 약국을 지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유리문 안으로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그녀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약만 구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궂은일, 기쁜 일들을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그녀가

 

전문 상담역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이웃의 일을 내 일인 듯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것이다

.



약을 팔려고 애쓰지 않는 약사,

           

 

 

                          그녀는 약으로만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람들을 치유해 주고 있다.

 


그래서 그 약국은 날로 번창하는 것 같다.

 

 

 

 

 

-옮긴글 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