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박2일을 보면서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경험담은 아니고 그냥 고찰입니다)

단언하건대 현재 어느 나라도 최첨단기술을 가지고 에밀레종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 천년전 우리 조상은 최고의 맥놀이 현상을 가진 에밀레종을 제작한 것입니다.

에밀레종은 19톤에 가깝습니다. 재질은 청동입니다. 구리와 주석의 혼합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요즘은 용광로의 부피가 하도 커서 19톤의 청동 용해로를 만드는 것은 옛날에 비하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에밀레종 크기만한 주형 틀을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천년전에 19톤에 달하는 청동을 녹여서 주형 틀에 부어 에밀레 종을 만들어야 하는데 19톤의 청동을 한꺼번에 담는 용해로를 만들수가 있었을까요?

천년전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그림 참조)

1. 땅을 파서 에밀레종 주형 틀을 만든다.

2. 주형 틀 주위로 청동 용해로를 빙 둘러서 최대한 많이 만든다.

3. 그리고 청동을 용해로에서 녹여서 주형에 동시에 흘려 넣는다.

 

주조는 금속을 녹여서 틀에 부어 형상을 만드는 것이라서 금속의 성분 균일성과 굳을 때 내부에 기포가 얼마나 적게 존재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용해로 하나를 사용하고 기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형 틀에 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요.

그런데 믿어지십니까? 천년전에 자그마치 19톤에 달하는 청동을 하나의 용해로도 아닌 여러개의 용해로를 이용하여 단 한번, 오로지 단 한번 동시에 흘려넣어서 천년전에 에밀레종을 만든 것입니다.

요즘도 이러한 범종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밀레종과 같은 균일한 맥놀이를 갖는 종을 만들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범종은 하단부에서 상단부로 갈수록 두께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여운이 남는 맥놀이 현상을 갖게됩니다. 아직까지 두께의 이상적인 비율을 찾지 못하고 못하고 있어서 맥놀이는 있으나 청아한 맥놀이를 재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요.

에밀레종의 무게는 약19톤입니다. 종을 매달기 위해서는 고리가 필요한데 금속으로 된 봉을 사용하여 매달게 됩니다. 천년전에는 철은 정말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철로된 봉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지요. 에밀레종을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그냥 요즘 만든 철봉으로 매달았는데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원래 사용하던 옛날 철봉을 가져와서 달았는데 그 오랜시간을 버텨온 철봉은 휘지 않고 제 기능을 여전히 하더랍니다.

그 이유도 참 놀라운 선조들의 철봉 제조방법에 있습니다.

1. 철을 얇게 펴서 판을 만듭니다.

2. 이 철판을 여러겹을 쌓아서 다시 불에 달구어 망치질을하면 철판들이 서로 달라붙습니다.

3. 철판을 김밥말듯이 말면 철봉이 됩니다.

지금은 특수강도있고 기계도 있어서 위의 방법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몇백년전에 우리의 선조들이 이런 방법을 개발하여 실제로 사용한 것입니다.

요즘은 땅을 파지 않고도 에밀레종보다 더 큰 범종의 주형틀을 만들수도 있고 단 하나의 용해로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첨단 기술도 없이 이러한 범종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우리들은 아직도 심금을 울리는 범종을 만들지 못하고 있지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최고인 분야가 많지 않다고 하지만 저는 에밀레종을 생각할 때마다 긍지를 갖고 희망을 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