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시의회가 지난 2010년 마닐라에서 발생한 '홍콩인 인질사건'에 대해 마침내 사과했지만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은 사과 거부 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 

22일 중국 중신왕(中新網)에 따르면 마닐라 시의회는 이날 전 필리핀 대통령인 조셉 에스트라다 마닐라 시장이 홍콩인 인질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특별 법안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마닐라시 대표단은 23일 홍콩을 방문해 인질 유가족들에게 시장 사과가 담긴 결의문을 전달하고 배상문제 협상도 개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최근 몇 주간 특구 정부는 중국 중앙정부의 지원 아래 필리핀 측과 수차례 접촉했다"고 밝히며 필리핀의 사과를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암시했다. 

그러나 아키노 대통령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 사과에 관련해 "사과할 뜻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한편 마닐라시의 이번 사과 조치는 중국 정부의 압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중국 외교부가 피해자 가족들에 대해 조속히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입장을 필리핀에 전달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10년 8월23일 필리핀에서 마약과 금품수수로 파면된 전직 경찰관이 버스에 탄 홍콩 관광객을 대상으로 인질극을 벌인 가운데 홍콩인 8명이 숨지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인질범은 경찰 당국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이후 홍콩 여론은 필리핀 경찰이 어설픈 인질 구출작전을 펼치다 희생자가 늘어났으며 필리핀 정부는 사후처리 과정에서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성의 있는 사과를 촉구했지만 필리핀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이 사건은 줄곧 양측 간 갈등의 불씨가 돼 있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