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오고 있다.

ktv앞에 줄서있는 내 오랜친구 에드윈 택시를 일부러 잡고 그녀를 태운다.

 

뒷좌석에 둘이 앉아 서로 아무 말없이 비오는 창밖을 내다 보고있다.

그때 갑자기 미처 잊어버리고 묻지 못한 중요한 몇가지 깜빡했다는...

 

서둘러 그녀에게 물어본다.

 

" Hmm.,... "

 

" yes >.< ? " 

 

" what is your name? "

 

" Im Yuki.. "

 

" 아... 유키... "

 

" how old are you ? "

 

" 19 tine sir... "

 

" 아..우리나라로 따지면 20살,,21살되겠구나.. "
 

그 두질문이 끝나자 다시 침묵의 세계로...

 

그런 우리 두모습이 웃겼는지 내 오래된 친구인 에드윈 택시기사가 나를 보며 웃는다

 

" Sir!! You very funny today!! haha "

 

" 뭣이라고? 내가 왜웃겨!! "

 

" You very nurves now!! haha.. im first time you like this "

 

" ㅡㅡ;; ^ "

 

그러고보니 오늘 이상하게 긴장아닌 긴장이 된다.

신혼첫날밤인 것처럼..

 

살며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살며시 웃고있다.

 

그렇게 20분여를 달려 내 콘도에 도착했다.

어지간해서는 2차 끝나고 간단한 타임호텔에서 마무리짖고 집으로 들어와 혼자쉬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목적지가 호텔이아닌 우리집으로 애기를 했다.

집에 어지간해서는 사람을 초대하지 않고.. 같이 방문하지도 않는다.

 

필리핀에서의 내집노출이 너무 싫다.

 

 

 

집앞에 도착하니  왜 호텔로 가자 하지않고 집으로왔지?

라는 생각이 찾아온다.

 

다시 호텔로 가자그러기도 그렇고..

그냥 택시에서 내린다..

 

택시비는 120페소정도 나왔는데 500페소를 주며 기사에게 호의를 베푼다.

택시비용 계산하기도전에, 그리고 우리집 콘도 가드가 택시 문으로 다가오기도전에 이미

이 얍삽빠른 에드윈기사는(나를 너무나도 잘아는..) 이미 내쪽 문을 열고 sir이라고 외치고있다.

 

그렇게 안전하게 기분좋게 술 먹고 집으로 들어온다.

로비에 유키와 함께 들어오니 늦은시간까지 경비로 가드하고있는 친구들이 눈이 휘둥그레 진다.

 

살포시 윙크를 해주니..

가드들도 윙크를 날려준다.

 

원래는 집에 누구를 데리고가면 신분증이나, 들어가는시간, 그리고 싸인까지 해야되는데

우리 착한 가드들은 착한 나를 잘아는지 그런건 가볍게 생략해준다.

 

집에들어오니 개똥냄새가 코끝으로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개똥신문지는 발코니로 가볍게 던져버리고 알콜로 소독 후 방향제 뿌린다.

 

집에 리트리버를 새끼때부터 한마리 기르고있는데..

이녀석이 요즘은 꽤 커서.. 개똥 굵다.

 

유키가 처음에는 조금 무서워하더니

이내 내 반려견과 함께 줄 곧 잘 논다.

 

그사이 나는 샤워를 하고나온다.

 

호텔타월로 감고온 내모습을 본 유키의 반응은 역시 놀람이었다.

역시.. 신출내기군..

 

서둘러 방문을 닫고 편안한 잠자리 옷으로 갈아입으니 그때 되서야 동그래진 눈이 제자리를 찾아온다.

 

보통은 내가 씻고 나오면 자동 반사적으로 씻으러 들어가야되는데..

이친구 계속 우리 아가와 놀고있다.

 

" You don't want to shower??? "

 

샤워 안할거냐고 묻자 그때야 화장실이 어디있느냐니.. 타월은 어디있느냐니 묻는다.

 

자세히 하나하나 알려주고 수건이랑 샴푸,트리트먼트는 다 준비해놓고 왔다 애기를 하자 그제서야 들어간다.

들어가기 무섭게 화장실문을 열고 나와 자기 가방을 주섬주섬 가지고 들어간다.

 

그가방에 무엇이 들었느냐? ㅋㅋㅋㅋ

누가 훔쳐간대? ㅋㅋㅋ

은근 기분 묘하네 ㅋㅋ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그래도 계속 이어지느 ㄴ샤워링 소리... ㄱ

 

점점 졸려오고..... 참는것도 한계.. 그녀를 부르지 않고 그냥 그대로 눈을감고 자버린다.

 

시간이 2시다.. 내일 아침 9시에 하얏트호텔에서 미팅있는데..

오늘 너무 무리했나보다..'' ㅡㅡ; 하악하악

 

그렇게 걱정반, 설렘반, 피곤반으로 잠에 들었다..

 

새벽에 목이 말라 잠에서깬다.

방에 불은 그대로 켜져있고 달라진 건 없다..

 

달라진건 하나.. 내옆에 누군가 소곤소곤 자고있다는 것이다.

아까 입고왔던 옷을 그대로 걸치고....

 

조심스럽게 일어나 물을먹고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다.

아침이 밝아오고있다.

 

2시간 더잘수있겠지...

자는 모습이 요정같아 팔베게를 비고 행복한 잠에 빠진다.

 

화끈한 밤보다는 이런 행복한 밤은 오랜만에 맞아보는것 같다.

굳이 그녀와 거사를 안치르더라도 내면적으로 오는 그런 마음속의 풍요로움은... 겪어본 사람들만 알수 있을것이다.

 

아침 7시가되니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아직 그녀는 한밤중이다.

 

창문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햇빛이 비치지 않도록 최대한 커텐을 쳐놓고

모자하나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온다.

 

집앞에 바로 졸리비가 있다.

그곳에가서 스파게티&원레그 2세트를 시켜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 문열리는 소리에 그녀의 눈이 떠진다.

기지개를 펴며 나보고 어디갔다왔냐고 묻는 그녀의 모습이 꼭 천사같다.

 

살포시 손안에 든 졸리비 봉투를 보여주자~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아침식사는 간단히 닭다리 하나와 스파게티로..

그리고 그녀에게 9시에 미팅이 있는데 오후에 사무실도 가봐야되서 이만 헤어져야겠다고  원치 않는 이별통보를 한다.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양념이 묻을까봐 한가닥 한가닥 먹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까지하다.

 

화장을 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친구에게  천 백페소를 주며 차비하고 나머지는 용돈쓰라고 하니

천페소를 나에게 다시 돌려주며 자기는 100페소면 된다고한다.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ktv 친구들과 보딩하우스를 같이 쓴다는데... 퀘존 근처란다.

 

내집은 이스트우드...

퀘존까지 가려면 200페소는 최소 택시비가 든다.

아침이라면 차가 막혀서.. 넘을 수도있는데...

 

100페소면 되겠냐 라고 물었더니

지프니타고 가면 된단다..

 

넌지시 그녀를 안아주며..

 

" 됬고.. 어제 술도 먹고했으니 가서 어서 쉬어야지.. 택시타고가 "

 

라며 다시 그녀에게 천페소짜리 한장과 백페소 짜리 2장을 건내준다.

 

그녀가 기어코 1000페소는 안받겠다며 200페소만 받고 택시타고 간다고 말한다.

 

이 때묻지 않은.. 친구의 이런 모습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것이다.

 

괜히 돈자랑 하는것 같아....

여러번 설득후 더이상 권하지는 않는다.

 

그냥 이친구가 너무 이뻐보인다.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머리꼭대기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있다.

그만큼 원하고있고 그만큼 궁금해하고있는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별을했다.

 

거사는 없었지만 나에게 마음의 행복을 주는 하루였다.

 

4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