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민중에 50% 정도가 하루 미화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다들 많이 들어보셨을겁니다.
 
그런데 저는 차라리 1달러 정도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 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정말 먹을것도 없고 돈도 없는 극빈층 사람들은 1kg에 25페소 하는 쌀을 사다가
 
여기저기서 주어 온 나무가지로 불을 피워서 시커먼 냄비에 밥을 합니다.
밥이 다 되면 식사를 하는데 그 식사는 정말 기가막힐 정도로 비참합니다.
 
반찬은 단 한가지 바로 간장입니다. 간장에 깔라만시를 2~3개를 꾹 짜서 넣은후
그 간장에 밥을 비벼서 먹습니다. 한두끼도 아니고 몇날 며칠을 그렇게 먹습니다.
 
아주 옛날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런적이 있지요.
꽁보리밥에 간장을 넣고 비벼서 먹으면 그게 곧 식사였죠.
 
그런데 저도 가끔씩 집에서 간장에 밥을 비벼 먹습니다.
물론 깔라만시를 몇개 꾹 짜서 시큼시큼한 맛을 내서 먹는거죠.
 
필리핀 사람들의 말로는 비록 간장에 밥을 비벼 먹지만 깔라만시를 짜서 넣기 때문에
우리몸에 필요한 비타민-c와 그밖에 영양소들이 어느정도는 채워진다고 합니다.
 
필리핀에서는 어떤 식당에 가도 간장에 깔라만시를 짜서 넣은 것이 꼭 나옵니다.
어렵게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밥만 싸와서 식당에 가면 공짜로 주는 깔라만시 간장에
 
쓱쓱 비벼서 점심을 해결하곤 합니다. 물론 매일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반찬값이 마땅치 않을시에는
다들 그런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더군요. 간장에 꾹 짜서 넣은 깔라만시...
 
정말 그 맛이 좋습니다. 식초를 넣는다고 그런 맛이 날까요.. 아닙니다.
깔라만시에는 정말 이나라 극빈층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다른 반찬을 사다 먹을수 없는 사람들이 오로지 간장소스 하나로 버텨 나갈수
있는 것은 바로 깔라만시가 있기 때문입니다.
 
밥에 비벼먹는 깔라만시 간장소스.. 그들에게는 운명적으로 날마다 어쩔수 없이 먹는 반찬이지만
저에게는 가끔씩 먹어보는 별식 이랍니다. 저는 깔라만시를 몇개 짜서 넣고 땡초도 몇개 잘게
 
썰어서 넣습니다. 그리고 따끈한 밥에 비벼먹으면 새콤 매콤한 맛이 한그릇 가지고는 안된답니다.
항상 두그릇은 비벼 먹어야 수저를 놓게 됩니다.
 
빈곤층 서민들이 어쩔수 없이 매일 먹어야 하는 밥+깔라만시 간장  식사...
그들에게는 아마도 그거라도 매일 먹는것이 어쩌면 행복일지도 모르지요.
 
간장에 밥을 비벼 먹을때마다 길거리에서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 그들을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먹고 싶어서 별식으로 먹는것이지만 그들은 무조건 그렇게 먹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
 
세상은 참 불공평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도 밥+간장에 식사를 할수밖에 없는 그들이 생선 한마리라도 올라간 변화된 밥상을
 
대하게 될날을 소망해봅니다.
오늘 저녁에는 밥에 깔라만시 간장을 비벼서 한그릇 먹고 마무리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