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천억 필리핀 지하철사업, 현대로템 - 건설이 수주 유력
 
매일경제
 
현대차그룹이 1조2000억원 규모의 필리핀 지하철 공사 수주에 사실상 성공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현대건설이 주도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첫 사례다. 현대건설이 6억달러에 달하는 토목 공사를 맡고 현대로템이 전동차와 신호 시스템(5억달러)을 제작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의 위임을 받은 현지 민간투자사업자가 마닐라 도시철도 턴키 공사를 현대건설 측에 맡기기로 하고 구체적 공사 금액을 최종 협상 중이다. 양측은 이르면 올해 안에 합의각서(LOA)를 체결하고 내년 초 본계약을 맺는다.

현대건설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는 복합적 교통사업 수주"라며 "다른 해외 업체가 우리보다 싼 가격에 공사를 맡겠다고 나타나 LOA 체결이 늦어지고 있지만 판세를 바꾸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닐라 지하철 사업은 이 지역 내 14개 역 구간의 23㎞를 연결하고 대규모 차량기지 등도 함께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완공될 예정이다.

해당 구간을 달릴 108량 지하철은 현대차그룹의 철도차량 전문제조업체인 현대로템이 공급한다. 이 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철도 신호 체계도 함께 수출된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RF-CBTC' 방식의 신호 시스템은 최신 무선랜 통신기술을 도입해 시스템 구축과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들고 대량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지하철 공사와 함께 26㎞에 달하는 고속도로도 건설된다. 이를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현대건설이 수주 영업을 주도하고 현대로템이 차량을 공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업은 현대차그룹 최고위 수뇌부가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규모도 크지만 현대건설을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한 첫 사례로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풍부한 해외 영업망을 보유한 현대건설과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주요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여러 가지 방안도 모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190여 개국에서 8000여 곳에 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여기에 현대건설의 영업망까지 합쳐질 경우 성장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