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를 끌고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일단  핸드폰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더니, 이런...신호가 아예 없네요...아 나 이거참..

이런 산중에 언제 나처럼 캐리어 끌고 댕기는 인간들이 있었을까요?  주위에 필리피나 필리피노 들이 전부 나를 쳐다 봅니다.

이거 완전 동물원의 몽키 되었습니다. 그런데 .. 동물원에는 몽키가 우리 안에서 구경 당하는건데 , 여기는 어째..사람이  몽키(?)들에게 둘러싸여 구경당하고 있씀다...-_-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하고, 길가에 잠시  서 있는데, 내 사정이 참 딱해 보였는지 어떤 아줌마가 다가오더니, 홧츠더프로블롬?  어라? 이 산골아줌마도 영어쫌 하네..ㅎㅎ 잽싸게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셀폰 신호가 안 잡히는데, 혹시 전화걸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그랬더니..이 마을 전체가 셀폰 불통지역이고, 오직 마을에서 딱 한 집이  특수장비를 이용해서 셀폰 신호가 잡힌답니다.

 

그래서, 그럼 그 집으로 안내좀 해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동행을 해 줍니다.  그 집에 도착을 해서, 그 녀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녀 아직도 화나 있습니다. 목소리 완전 얼음장임다. 그러나 내 사정을 듣고는 차마 전화를 끊지는 못하겠는지 ...아줌마를 바꾸랍니다. 그리고는 그 아줌마 -피나- 한테  현재 위치와 교통편에 대해서 알아보고는  다시 나에게 말합니다.

 

피나  한테  나를 버스태워보내라고 부탁했답니다.  그리고는 나 때문에 자기 가족들이 다 걱정하고 있다고, 왜 그렇게 무모하냐고..또 한 소리 합니다. ㅠㅠ  하지만 넘의 집 전화라  눈치 보여서 아무대답 안했습니다.

 

전화비로 500 페소(12500) 주고, 피나한테 500 페소  쥐어 줬더니... 조아라 합니다. 다시 도로변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려봅니다.

피나나.. 여타 다른 주민들이 말하길..오후 5 시 까진 버스가 있을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둘려도 버스는 코빼기도 안 보입니다... 거의 5 시쯤 다가가고 날은 어둑해져 오고 ..갑자기  공포영화가 막 떠오릅니다.  깊은산속에서 조난당한 여행객들 토막내서 국끓여 먹고 만두 만들어 먹는....-_-;;;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안되겠습니다. 그래서 ..피나 한테.. 여기서 제일 가까운  도시가 어디냐? 얼마나 가야 하냐??그랬더니..

여기서 1 시간 정도 가면 칼바욕이란  도시가 있답니다.  그래서 나 그리로 가고 싶다고 했더니, 극구 말립니다.

이곳 사마르섬이  외국인들한테 상당히 위험한 섬이랍니다. 그 칼바욕이란 도시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괜찮다면 자기네 집에서 하루 묵고서 아침에 가라고 합니다.

 

나...속으로 염두를 굴려봅니다. 솔직히 내 입장에선 , 이 사람들이나, 칼바욕 나쁜놈들이나 어차피 죽을 확률은 똑 같습니다.

그래서 피나한테  얘기합니다... 내 입장에선  칼바욕이나, 여기나  똑 같은거 같다...고 -_-;;;; 그랬더니..피나가 웃으면서

걱정말라고, 자기네는 그런 사람들 아니랍니다... (젠장 그걸 내가 어떠케 믿냐공~~~~)

 

어쨋든 결정은 해야하기에, 머 죽을 운명이면 여기서 토막나는거고, 아니면 내일 아침 눈 뜨것지 , 하면서 피나한테 술 좋아하냐고 물어봅니다. 안 먹는답니다. 에띠.. 그럼 긴긴 어둔밤을 어떻게 보내냐고!!!!!!!!!!!!!!!

 

이 외딴 산속에서 인터넷이 될리가 없고...티브도 없고.. 깝 깝 합니다.  이런 내 심중을 짐작했는지, 피나가 말합니다.

자기 시아부지 하고 자기 사촌들이 옆에 사는데, 조금 있으면 일터에서 ( 얘네들 일이란게..주로 코코넛 나무에 올라가 열매 따는일)

돌아올거라고, 술 조아라 하는 사람들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 6시 쯤 되니까, 어디서 시커먼 넘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간단하게 피나를 통해서 통성명을 합니다.

그리고 .. 레드호스( 맥주인데 도수가 7도 가까이 됩니다) 를 왕창 삽니다.  안주로 ..컵라면(일본넘들꺼) 도 삽니다.

피나네 집앞에서, 피나 시아부지랑 , 피나 남편 친구랑, 사촌이랑 , 그리고 걍 이웃사촌 과 함께 술 자리를 시작합니다.

 

얼래? 이것들 봐라... 쪼 잔 하게 .. 마시고 있슴다.. 안 되겠슴다... 한국인의 스타일을 이 산골 마을에도 널리 홍보해야되겠습니다.

나  ..외칩니다... 치어스~~~~~~ 에블바디~~~~~~~~~~ 완 샷~~ 바툼스 업!!!!

까짓거 한번죽지 두번죽냐..내일 모가지가 짤릴지라도 내 오늘 완샷으로 잠들지니...

 

어느덧 시간은 밤 10 시를 넘어서 11 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슴다..어슴푸레 보이던  별빛도 짙은 구름에 가려져 버리고

나는 잠들수 있을만큼 취했습니다. 다른 한넘도 쫌 취한거 같고, 시 아부지는 노땅인 관계로 일찌감치 더망가버리고..

피나가 내 잠자리를 봐줍니다.  피곤한 관계로 걍 엎어져서 바로 잠들어 버립니다.

 

그러나 맥주 마시면  제일 귀찮은게... 자다가 오줌보 땜시 깨야 한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아후.. 내가 그걸 계산에 못 넣었슴다.. 아 그리고 내가 장이 안 좋아서 술 많이 마시면 꼭 화장실에 큰 일 보러 가야 함다.. 머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안 새나요? 된장

오줌보가 터질거 같아서  그만 잠에서 깨어 버렸슴다. 아무것도 안 보임다... 밖에는 비가 억수로 퍼붓고 있슴다... 그 비 땜시 마을 전체가 정전임다.  간신히 핸펀을 찾아서 시간을 보니 새벽 2 시 30 분.... 환 장 함 다...아직 날 새 려면 멀어씀다...ㅠㅠ

 

일단  밀어내기를 한판 해야 함다... 떠듬 떠듬 밖으로 나가는 문을 찾아  화장실 같지도 않은 화장실에 앉아 일단 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합니다. 꼭 뒤에서 귀신이 나올꺼 같슴다..  볼일을 끝내고 나니 참 난감합니다... 더 이상 잠은 안 올꺼 같은데, 이미 깨어 버렸고,  정전이라 아무것도 할수 없고, 모기는 제 세상 만난것마냥 물어대고 , 날이 새려면 아직 3 시간은 더 있어야 할꺼 같고....으~~~~~~~~~~~~~~~~~~~~~~~~

 

그런데, 나의 구세주 , 천사표 피나 아줌마가  안 자고 있었나 봅니다. 내가 부시럭 거리는 소리를 듣고  촛불을 들고 밖으로 나옵니다. 눈치가 있는 아줌마입니다. 아무래도 자기집이 외국인인 내가 자기에는 불편하단걸 알고, 내 옆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좀 있다 보니까, 남편도 일어나서  합류합니다..  아~~~~~~~~~~~~~~~~ 정말 고마운 마음 이루 헤아릴수 없었습니다.

꼬박 날 샐때까지 같이 얘기해주고,  날이 새고 나서 내가 이제 그만 ...칼바욕 시티로 가서  다바오행 버스를 탄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랍니다.

 

아무래도 안 심이 안된다고,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자기 시아부지하고 같이 나옵니다.  셋이서 지프니를 타고 칼바욕 시티로 향합니다. 칼바욕 시티에 도착해서, 다시 트라이 시클을 타고, 버스탈수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시간은 아침 8 시가 조금 못되었는데, 아직 에어컨디션 버스는 없고, 오디너리(이거 타면 인간대접 못 받슴다. 완전 짐짝취급당함다) 만  있습니다. 그래서... 피나하고 시아부지하고 밥을 사줍니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나니..마침  다바오행 에어컨 버스가 도착합니다.

 

다바오행 버스에 승차하려고 하는데, 피나 남편이 트라이 시클을 타고 달려 옵니다...무슨 일인가 했더니 내가 USB 를 피나 집에다 떨궈놓고 왔나 봅니다.  고맙기도 하시지... 사례비로 1000 페소를 줍니다. 피나는 운짱한테 ..내가 어디서 내리니까, 그곳에다 내려주라고 신신당부 합니다. 그리고는 버스 넘버와 회사이름 을 적습니다.  참 착한 피나 아줌마입니다.  나 헤어지기전 피나 아줌마에게 약속합니다.

 

내가 그녀를 만나서 얘기가 잘 되면 ( 그 당시에는 느낌상 거의 끝이라고 생각했음) .. 피나네 집에  그녀와 함께  방문하겠다고...

버스는 무정합니다. 바로 출발하네요............

천사표 피나 아줌마를 남겨둔채로~~~~~~~~~~~~~~~~~~~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