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범죄 전시장' 필리핀 선거후보들 자질 논란

 

 

필리핀에서 13일 실시된 총선과 지자체 선거에 부패 정치인 외에 흉악범죄를 저지른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외신과 현지 매체들은 이번 선거에 살인과 아동 성폭행 등의 범죄 전력이 있는 인사들이 상당수 출마했다며 '비리범죄 전시장'과 다를 바 없다고 혹평했다.

 

부정축재의 대명사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 후보는 83세의 고령에도 자신의 지역구인 일로코스 노르테 주(州)에서 하원 의원 후보로 출마, 마르코스 가문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현직 하원 의원인 이멜다 여사는 마르코스 대통령 재임 당시 국고에서 수십억 달러를 빼돌리고 인권침해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당선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재임당시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한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도 마닐라 시장 후보로 출마,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76세인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절친한 동료인 알프레도 림 현 마닐라 시장과 맞붙어 선거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부패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에스트라다를 사면한 글로리아 아로요(66) 전 대통령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중부 팜팡가 주(州)에서 하원 의원 후보로 출마해 재기의 꿈을 다지고 있다.

 

국가복권기금 3억6천600만 달러를 약취한 혐의를 받은 아로요는 특히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의 부패 척결 대상 1호로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군 병원에 연금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경쟁자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지역 정치인 라이언 루나 역시 아브라 주(州)의 주도 방구엣 시장으로 출마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살인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유명 정치인 가문 출신으로 재선을 노리는 로널드 싱선 전 하원 의원도 과거 마약 소지 혐의로 홍콩에서 체포돼 14개월간 복역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는 불법 도박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아버지가 지난 수십년간 터를 닦은 지역구에서 출마,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마닐라 서북쪽 100㎞의 산 마르셀리노 시장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호세 로드리게스 후보는 2010년 당시 12세의 어린 소녀를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야당 연합과 연대하고 있는 로드리게스 후보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집권 자유당(LP) 소속으로 산라파엘 시장 후보로 나선 시플리아노 비올라고는 최근 법원이 경찰관 살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행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무려 58명이 희생된 필리핀 최악의 정치학살사건 배후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잘디 암파투안의 아내 조하이라 미드팀방 암파투안은 남부도시 다투호퍼의 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이번 선거 결과의 윤곽은 오는 15일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