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필리핀, 피격 대만어선 영해침범 논쟁

대만이 자국 어민 피격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 어선의 항해 기록을 공개하고 영해를 침범했다는 필리핀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필리핀은 사건 당시 해안경비대 경비정이 현장에서 촬영한 비디오 화면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영해 침범과 자위권 행사 여부 등 막판 쟁점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만 어업서(署)는 지난 9일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총격을 받은 광다싱(廣大興) 28호의 항해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필리핀 영해를 침범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중국시보가 22일 전했다.

앞서 필리핀은 대만 어선이 영해를 침범하고 선체로 해안경비대 경비정을 들이받으려고 해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어업서는 사고 지점이 북위 20도 인근 해역으로 대만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측은 어선이 항해기록장치를 일시적으로 끄고 불법 조업을 했다는 필리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기록장치는 전 항해기간 정상 작동됐다"고 설명했다.

대만과 필리핀이 조사단 상호 파견 및 사법 공조에 합의한 가운데 사고 어선의 필리핀 영해 침범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양상이다.

필리핀 당국도 공개 불가 입장을 바꿔 자국 경비정의 영상기록장치를 "적정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났다.

아비가일 발테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대만이 사건 당시 피격 어선의 위치를 확인하는 항해기록장치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

레일라 데 리마 필리핀 법무장관 역시 해당사건이 필리핀 수역에서 발생했다는 종전 발표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사건 당시 해안경비대가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 화면을 확인했다며 매우 많은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이 당시에 촬영한 영상 자료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의학 전문가 등이 포함된 필리핀 국가수사국(NBI) 조사단은 오는 23일이나 24일 중으로 대만 현지를 방문, 피격 어선의 선체 조사와 함께 사망 어민 동료들의 자술서를 받을 계획이다.

한편, 대만관계 문제를 다루는 아마데오 페레스 필리핀 마닐라경제문화사무소(MECO) 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 100만 대만달러(약 3천700만원)를 어민 유족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페레스 대표는 이 돈의 성격이 배상금이 될지 아니면 기부금이 될지는 사건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