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농구, 필리핀에 석패…대만과 3·4위전


개최국 필리핀의 벽은 험난했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놀라운 선전을 펼치고도 아쉽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필리핀에 79-86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3·4위전으로 밀린 한국은 11일 같은 장소에서 대만과 농구월드컵(세계선수권) 출전권을 걸고 맞붙는다.

한국 특유의 질식 수비가 뚫린 게 아쉬웠다. 경계대상 1순위 마르쿠스 다우잇(2점)이 부상으로 쓰러지며 전반을 39-36으로 앞선 채 마친 한국은 3쿼터 급격히 무너졌다. 발 빠른 필리핀 가드 제이슨 윌리엄(17점)에게 순식간에 10점을 내주며 거꾸로 39-47로 역전을 허용한 게 아쉬웠다.

결국 3쿼터까지 9점을 뒤진 한국은 4쿼터 역전의 희망을 불태웠다. 그 중심에는 대학생 국가대표 김민구(27점·3점슛 5개)가 있었다. 김민구는 4쿼터 초반 3점슛 2개를 연달아 터뜨리며 추격의 발판을 놓았다. 68-73으로 뒤진 4쿼터 중반. 김민구는 3점슛을 성공시킨 것은 물론 상대 반칙을 유도해 추가 자유투로 점수차를 1점으로 좁혔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속공 상황에서 이승준(10점)이 호쾌한 덩크슛을 작렬해 77-76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날은 행운의 여신이 한국 편이 아니었다. 한국은 곧바로 필리핀 포워드 라디넬 디 캄포(11점)에게 골밑에서 역전골을 내준 뒤 다시 3점슛까지 허용해 77-81로 끌려갔다. 한국은 양동근(11점)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으면서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경기 종료 54초를 남기고 또 다른 필리핀 가드 짐 알라파그(14점)에게 쐐기 3점슛을 내주며 아쉽게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