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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의 필리핀 방문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와 군사공조가 급속 이완되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 중시정책, 중국을 겨냥한 주변국 연계 포위망 구축 등 미 행정부가 그간 추진하던 주요 구상 역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진단마저 제기되는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브루나이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 중인 케리 장관은 10일 현지에서 마닐라 방문을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케리 장관은 태풍으로 마닐라 방문계획을 연기할 예정이라면서 약 1개월 뒤에 필리핀을 다시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들어 필리핀 방문을 취소한 오바마 대통령이 향후 마닐라 방문계획을 언급하지 않은 데 이어 케리 장관 역시 한 달 가량 뒤에 마닐라를 찾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군사공조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비춰진다. 

내치가 최우선 과제라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양국의 공조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관측통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케리 국무장관의 최근 행보를 들어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이 퇴색된 게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들의 움직임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지도부가 잇따라 동남아 국가를 순방, 관계증진을 적극 모색하는 상황과 대조되면서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 공조를 둘러싼 회의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영유권 공세에 대항하는 양국 공조를 과시하고 이를 확대 발전시키려던 필리핀 정부의 당초 계획은 당분간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당초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열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응방안과 필리핀 군의 전력 현대화 사업, 미군의 순환배치 확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었다.

특히 남중국해에 인접한 서부 팔라완 섬 오이스터만을 대규모 군항으로 개발, 양국 해군의 군사공조를 한층 강화하려던 필리핀 정부의 야심찬 구상 역시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점쳐진다.

필리핀 정부는 오이스터만을 과거 미 해군기지가 자리잡았던 수비크만과 같은 형태로 개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었다.

아울러 미군의 순환배치를 확대, 사실상 주둔 효과를 거두려던 구상 역시 추진력이 상당 부분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관측통들은 양국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마닐라 방문에 때맞춰 관련 실무협상을 최종 타결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