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본 필리핀에 겨우 10만 달러(약 1억700만원)를 지원하기로 해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중국이 구호에 '인색한 모습'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필리핀에 10만 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책정한 지원금은 미국의 지원금 2000만 달러, 일본의 구호금 1000만 달러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고, 한국이 500만 달러에도 못 미쳐 국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신들은 양국의 영유권 분쟁이 가열되지 않았을 때인 지난 2011년 필리핀 열대성 태풍 피해 당시 중국은 1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원조를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는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원인이라는 해석이지만 세계 2위의 경제대국답지 않게 인도주의를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필리핀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에 대해 "우리는 필리핀의 인명과 재산 피해에 깊은 동정을 표하며 위로의 뜻을 전하지만 중국도 태풍 피해 국가 중 하나로, 재난 상황에 따라 능력이 알맞은 범위에서 추가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 계획 등에 대해서는 약속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홍콩 펑황 TV 소속 시사평론가 두핑(杜平)은 중국은 지원 규모 면에서 다른 국가와 비길 필요 없이 척도를 지켜야 한다며 필리핀과의 현 관계로 볼때 중국의 원조 규모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 '과도한 열정'을 보이면서 구호물자들을 보냈지만, 일본에 도착한 중국 구호물자가 일본 당국의 엄격한 검열을 받은 것 때문에 중국민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며 필리핀 문제에서 원조의 척도를 지키지 않으면 국민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다시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도 이 같은 규모의 지원금은 대국답지 못한 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로 강경 입장을 보여주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의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이례적으로 사설을 통해 "필리핀 태풍 희생자 지원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영토 분쟁이 지원 결정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중국의 이런 냉담한 반응으로 인한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훼손, 위상 저하 등 중국이 입는 피해는 필리핀이 중국의 호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당하게 되는 손해보도 더 크다며 당국에 국력에 맞게 정상적인 규모의 원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