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헬레스 식당 방문기 6
필리핀에 처음 와서 많이 놀랐던 것 중 하나가, 필리핀 사람들이 정말로 패스트푸드를 좋아한는구나... 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필리핀에는 참 많은 패스트푸드점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토종 브랜드인 졸리비는 물론이고 KFC, 맥도널드, 버거킹, 피자헛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죠. 패스트푸드라는 말의 의미를 살짝 확장하면 망이나살, 케니로저스 같은 브랜드도 포함되지 싶습니다.
그중에 웬디스를 보았을 때 많이 놀랐었죠. 제가 초등학교 졸업할 당시 어머니 손잡고 가보았던 웬디스를 이곳에서 만나게 될줄이야. 사업성 문제로 한국에서 철수한 웬디스가 아직 필리핀에서는 영업을 하고 있었네요.
필리핀 패스트푸드점을 가면 어디든지 라이스밀 메뉴가 있죠.
앞서 말한 것처럼 보통은 프라이드 치킨에 한덩이 밥 그리고 음료수로 구성되는 세트 메뉴로 100페소 안팎으로 즐길 수가 있습니다.
졸리비에서 튀긴 닭다리 하나 놓고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치킨에 쌀밥을 먹지라고 의문을 가졌던 저이지만 이제는 저도 가끔 졸리비 치킨 조이를 즐기곤 합니다.
갑자기 어디서 보았던 농담 한 자락이 생각납니다.
---롯데리아 알바가 알려주는 맛있는 햄버거 먹는 방법!!! 돈 있으면 버거킹, 돈 없으면 맥도널드.
밥이랑 치킨은 졸리비가 맛난 듯한데, 위의 농담처럼 버거는 버거킹이 제 입맛입니다. 가끔 수제 버거집을 찾아 갈때도 있습니다. 필즈에 유명한 버니버거라던지 네포쪽의 BIF버거라든지 참 맛난 집들이 있죠. 이곳의 버거들은 먹을 때 마다 대형 체인점의 버거보다 패스트푸드, 정크푸드라는 생각이 좀 덜 듭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햄버거이지만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패스트푸드라고 말하기 힘들죠.
언뜻 생각해봐도,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빵도 구워야 할 것이고 고기를 다져 패티도 만들어야하고, 우유도 숙성시켜 치즈도 만들어야 하니, 많은 슬로우푸드들이 한데 어우러져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만들어지는군요. 대형 프랜차이즈의 햄버거는 이러한 준비과정이 대량화 자동화된 공장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수제버거가게에서는 직접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법이니까요. 버거킹같은 프랜차이즈 매장 안에서 버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음식점 주방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기능공들의 작업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FASTFOOD라는 말 자체가 외국말이기도 하고 또 패스트푸드의 메뉴들이 햄버거 같은 외국음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 식문화와 거리가 먼 듯하지만, 한국에도 패스트푸드라 불리울 만한 음식은 있을까요? 저는 우리나라의 국밥도 패스트푸드의 범주에 살짝 넣어 보고 싶습니다.
국밥.
순대국밥, 설렁탕, 곰탕, 장국밥 등등. 참 많은 국밥들이 있죠.
이런 국밥은 임금님 수랏상이나 대갓집 밥상에 오를 수는 없고 백성들이 부딪껴 사는 장거리로 나와야 빛을 보는 음식이었죠.
요즘 장사의 신 ‘객주’라는 드라마를 보곤합니다.
이런 보부상 장꾼들은 시간이 돈입니다. 맛있고 저렴한 음식을 빨리 먹고 길을 나서야 합니다. 그러려면 밥 국 찬으로 구성된 3첩이나 5첩 상은 시간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비효율적이었을 겁니다. 밥과 국을 따로 내는 따로 국밥이 아니라 이런저런 재료가 들어간 국에 밥을 말아 금세 내는 국밥이 이들에겐 제격인 음식이었겠죠.
앞서 국밥을 패스트푸드라고 말한 것처럼 손님에게 빨리 제공해야겠죠? 그러면서도 맛을 유지하려면 밥이 차가우면 안됩니다. 그렇다고 밥을 매시 계속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지금이야 온장고니 보온 밥솥 등 좋은 기기들이 있지만 예전에야 해놓은 밥을 뜨겁게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이불이 깔려진 아랫목 말고 또 없었잖습니까? 이러한 고민에서 토렴이라는 방법이 등장합니다. 지방에 따라서 퇴렴이라고도 하는 이 방법은 식은 밥을 맛있게 국밥으로 말아내는 방법이죠. 일단 뚝배기에 밥을 담고 국물을 담습니다. 그리고 국물을 따라내고 다시 뜨거운 국물을 붇습니다. 이렇게 몇 번 정도 계속 해주면 밥이 국물에 의해 따듯해지고 국물도 입천장 까질만큼 뜨겁지 않아 먹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그야말로 먹는다기보다 후르륵 마신다는 말이 맞을 만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거죠.
이러한 국밥에 어울리는 반찬이 깍두기입니다. 국밥과 깍두기면 숟가락 하나로 얼마든지 식사가 가능하죠. 또 다른 국밥계의 베스트 셀러 설렁탕과 깍두기가 찰떡 궁합이죠. 곰탕이 나주지역의 대표 음식이라면 설렁탕은 수도권의 대표 국밥인데 깍두기가 바로 이쪽 지역 김치입니다. 예전에 깍두기를 ‘감동젓무’라고 부른 적이 있었는데 감동젓은 새우의 일종인 곤쟁이젓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도 깍두기를 담글 때면 다른 젓갈 보다 새우젓을 많이 씁니다.
국을 끓여내고 깍두기를 담아내는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배고픈 손님에게 금세 내줄 수 있는 이런 국밥이야 말로 조선시대 패스트푸드가 아닐까 합니다.
앙헬레스 프랜드쉽에 국밥을 하는 집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밥따로 국따로 내놓는 따로국밥집이죠. 이런 가운데 곰탕을 전문으로 하는 한 식당에서는 토렴한 국밥을 내어줍니다. 전라도 나주 지역에서 유명한 곰탕을 한국 살 때 직접 가서 맛본 적은 없어 뭐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곳 곰탕 나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명절날 어머님 정성으로 끓여 차례상에 올려 놓은 탕국처럼 맑고 개운하고 담백한 맛이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고명으로 올라가는 고기 첨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정도? 찬으로 나오는 김치가 국밥 퀄리티에 비해 약간 아쉬운 것 정도? 식사메뉴는 우렁쌈밥도 괜찮습니다. 파전도 괜찮고요.
음식 맛에 대한 큰 불만은 없지만 하나 까고 가자면... 제 기억으로 식당 실내 어딘가(에어컨?)에 금연 딱지가 붙어있었던 듯 합니다. 그러나 정말 일부 손님께서 실내에서 흡연하십니다. 요즘 한국에선 기준평수 얼마 이상의 술집 식당 모두에서 금연을 하고, 자기집 아파트 안방에서도 마음대로 담배피우기 힘들다던데 필리핀에는 그런 것이 없죠. 흡연자의 천국 필리핀입니다. 그러나 저녁 술자리도 아니고 낮시간 아이들도 있는 식사 자리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끽연을 하시는 모습은 좋아보이지 않군요. 그곳 식당은 야외 자리도 예쁜 정원처럼 잘 꾸며 놓았는데 환기 잘되는 바깥에서 태우시지 굳이 안에 들어와 빨고 계실 필요는 없다 생각했었습니다. 중고등 시절 너무 가난하게 살아 담배 사서 피울 돈이 없어 담배를 배우지 못한(?) 비흡연자이기에 불쾌한 느낌이 더한지도 모릅니다.
이번엔 설렁탕입니다.
설렁탕과 곰탕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둘다 쇠고기를 가지고 한 요리지만 차려나오는 음식의 비주얼은 많이 다르다 하겠죠. 곰탕은 내장과 고기를 넣고 끓이되 그리 오랜 시간 끓이지 않지만 설렁탕은 고기와 뼈를 넣고 아주 오래 고아낸 음식입니다.
사전에는 설렁탕을 뼈와 소의 머리, 내장, 발, 도가니 등을 넣고 끓여낸 음식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먹는 설렁탕의 모습은 이와 좀 다릅니다. 내장은 누린내가 난다고 빼버렸고 발과 도가니는 우족탕 도가니탕등의 다른 이름으로 팔립니다.
현대의 설렁탕은 소뼈와 더불어 갈비 안심 등 고급 구이용 부위를 제외한 살코기를 다 넣고 끓여내는 음식입니다. 큰 솥만 있으면 뼈와 고기를 넣고 고아내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니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긴음식이라 생각됩니다.
앞선 방문기에서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한반도에서 육식을 지금처럼 많이한 시대는 없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소를 잡아먹는 것은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조선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통념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 처벌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자연히 늙어죽은 일소, 얼마나 살결이 질길지 상상해보십시오. 흔히 먹어볼 수 없는 쇠고기를 여러 사람과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이 설렁탕과 같은 음식이이었겠죠.
한반도에서 소가 많이 사육된 것은 일제 시대입니다. 일본 와규에 비해 조선소는 번식률도 높고 맛도 좋다 하여 일제는 적극적 소 사육 정책을 펼칩니다. 소고기가 많아지니 소를 이용한 음식도 많아집니다. 설렁탕집과 소고기 국물을 베이스로 한 냉면집이 번창한 것도 이때 즘입니다. 하지만 광복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소 사육 기반이 무너지고 한때는 돼지고기보다 더 쌌던 소고기 가격이 금값에 등극하죠.
설렁탕의 어원에 대해선 말들이 많습니다. 10여년전 중학교 국어교과서에는 ‘국물이야기’라는 수필이 실려있었습니다. 농사가 산업의 근본이었던 조선시대 왕이 직접 경작하는 직전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그 상징적 행사뒤에 제사를 지내던 선농단에서 소국을 끓여 나눠먹었다는 이야기죠. 그러나 1년 농사 지었다고 트랙터 컴바인 팔아먹지는 않잖습니까? 이건 그냥 민간어원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겁니다. 그래도 이런 말들을 믿는 사람들 덕에 선농단이 있는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이와 관련된 행사를 엽니다.
조선시대 몽고어 교과서에 ‘공탕’이란 말이 나옵니다. 몽고에서는 맑은 물에 소고기를 넣은 국을 공탕이라 적고 ‘수류’라 읽는다 합니다. 이 말에서 곰탕과 설렁탕이 왔다고 가정한다면 설렁탕과 곰탕은 닭튀김과 프라이드 치킨 정도의 관계라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상호를 바꾸어 ‘픽앤소’라는 고기집으로 바뀐 자리에 설렁탕 집이 있었죠. 김치도 깎두기도 깔끔하게 잘 담아 나오고 국물도 괜찮았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설렁탕보다 훨씬 비싸게 파는 도가니탕 가격이 설렁탕과 비슷해서 좋았습니다. 현재는 업장을 고깃집으로 바꾸고 설렁탕을 사이드 메뉴로 파신다고 합니다. 동일 사장님이신지 아닌지는 제 관심사가 아니라, 왠지 고깃집으로 바뀌고는 그 식당에 갔을 때 설렁탕 주문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강한 에어컨 바람에 몸살이라도 올라치면 따끈하고 구수한 설렁탕 국물이 당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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