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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1917~1989)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국립 영웅묘지에 안장됐다. 

현지 매체 ABS-CBN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일로코스 노르테 주에 있던 마르코스의 시신이 헬리콥터로 이송돼 수도 마닐라 북동부 케손시티 근교의 국립 영웅묘지에 안장됐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필리핀 대법원이 9대 5로 매장금지 청원을 기각한 지 열흘 만의 일이다. 

 
1965년 취임한 마르코스는 21년간 장기집권했다. 1972년 계엄령을 공포해 독재 체제를 구축한 뒤 필리핀 내 정당활동을 금지하고 정적과 언론인을 투옥했다. 1976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권력을 강화해 각종 부정부패를 일삼기도 했다. 

1986년 민주혁명으로 자리에서 내려온 마르코스는 하와이로 망명해 1989년 7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시신은 1993년 필리핀으로 이송돼 고향마을에 있는 개인 시설에 안장됐다. 

마르코스의 유족들은 그동안 그의 유해를 영웅묘지에 안치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왔다. 20여 년 동안 대통령직을 맡아 국가를 위해 일한 공헌을 고려할 때 국립묘지로의 이장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권 탄압 및 부패 전력 탓에 '마르코스는 영웅이 아니다(MARCOS NOT A HERO)'라며 반발기류가 거세 논란이 돼 왔다. 

앞서 필리핀 정부는 마르코스 탄생 99주년에서 일주일이 지난 9월18일에 시신을 이장할 계획이었으나 지난달 18일 대법원의 이장 준비를 중단하라는 명령에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마르코스 독재 정권 시절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와 그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연이어 이장 중지를 요구하면서 대법원에 제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번 이장을 계기로 반마르코스 시위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